
영화줄거리
‘얼굴’은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을 계기로, 아들 임동환(박정민)과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신현빈)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기억과 편견’이 만든 괴물을 해부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영화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 반복된 소문,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 인간의 얼굴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동환의 아버지인 임영규(권해효)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어느 날 산 속에서 실종된 지 40년이 넘은 아내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고, 이 사건은 조용한 일상을 뒤흔듭니다. 동환은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일관되게 “못생겼다”, “보기 드문 괴물 같은 얼굴이었다”라고 이야기할 뿐입니다.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모두가 자신 있게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동환과 PD 수진은 어머니가 일했던 청계천 피복 공장 시절의 동료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증언은 점점 모순과 과장, 혐오와 편견으로 뒤엉겨 있음을 깨닫습니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사실을 잊고, 감정만 남습니다. 그 감정은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은 결국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냈습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정영희의 얼굴은 괴물도, 기형도 아닌 평범한 여인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은 외모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만들어낸 낙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반전이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던 아버지 임영규는 사실 수술로 앞을 볼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죄책감과 도망칠 수 없는 기억 때문에 평생 맹인 행세를 해왔던 것입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질문합니다.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그리고 조용히 대답합니다. 괴물은 얼굴이 아니라, 얼굴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있다.
등장인물 분석
임동환 (박정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진실을 추적하는 아들. 박정민은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감정선을 통해, ‘사라진 얼굴을 되찾는 사람’이라는 인물을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그의 여정은 진실을 찾는 행위이자, 자신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임영규 (권해효)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죄책감에 스스로 눈을 감아버린 인물입니다. 권해효는 침묵 속에 감춰진 죄와 무게를 고요한 연기로 표현하며, 영화의 핵심 정서를 형성합니다.
김수진 (신현빈)
사건을 다큐로 기록하며 동환과 함께 과거를 파헤치는 PD. 그는 관찰자이자 동행자로, 진실을 말하는 것의 윤리와 책임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정영희 (임성재)
영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어느 누구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 없는 존재’. 영희는 실제 얼굴보다, 타인의 기억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로 존재하며, 영화의 주제 그 자체로 기능합니다.
관객 반응
관객들은 ‘얼굴’을 “조용하지만 강렬한 영화”, “보고 나면 오래 남는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편견이 어떻게 폭력으로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 점, 그리고 박정민·권해효의 연기 시너지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보는 동안은 미스터리, 보고 나서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평론가 반응
비평가들은 영화가 공포나 충격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한 어조로 인간의 잔혹함을 드러낸 연출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은유 그리고 심리 스릴러적 접근이 돋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기억의 왜곡과 집단적 낙인을 다룬 방식이 현대적이고 날카롭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총평
‘얼굴’은 ‘괴물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편견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입니다. 공포를 만들지 않고도 섬뜩하며,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진실을 찾는 이야기인 동시에,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묻는 이야기입니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고, 소문은 진실보다 오래 남습니다. ‘얼굴’은 그 잔혹한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뼈아프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