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거리
이끼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류해국(박해일)이 오랫동안 의절했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시골 마을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순간부터 마을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유 없는 경계와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묶는 절대적 권위를 지닌 이장 천용덕(정재영). 장례가 끝난 후, 해국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살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장의 한마디 허락으로 주민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지만, 해국은 이 집단의 분위기 속에서 섬뜩한 기류를 감지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시골 마을은 사실 과거의 은폐된 범죄와 집단적 침묵으로 이루어진 곳이었고, 해국은 이 진실을 파헤치며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의 비밀에 점차 다가갑니다.
등장인물 분석
류해국(박해일)
도시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온 인물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시골 마을을 찾으면서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해국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인간관계의 피로가 쌓여 있습니다. 마을에서 겪는 이질감과 주민들의 불안한 시선은 그를 더욱 고립시키지만, 동시에 진실을 향한 집요한 성격을 드러나게 만듭니다. 그는 외부인으로서 마을의 비밀을 해부하는 ‘탐색자’이자, 진실을 밝혀내려는 ‘폭로자’로서 기능하며 영화의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갑니다.
천용덕(정재영)
겉으로는 평범한 시골 노인의 모습이지만, 실상은 마을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적 지도자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주민들의 태도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며, 일종의 ‘왕’과 같은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는 교활하면서도 철저히 계산적인 성격으로, 과거의 범죄와 죄의식을 은폐하며 마을을 지배합니다. 천용덕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권력과 집단의 논리를 집약한 존재로서 사회적 은유를 담고 있으며, 정재영의 섬뜩한 연기가 그 위압감을 배가시킵니다.
유목형(허준호)
해국의 아버지로, 영화의 시작은 그의 죽음에서 비롯됩니다. 유목형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마을과 깊게 얽힌 과거와 그가 남긴 흔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합니다. 해국에게는 의절했던 아버지이지만, 동시에 해국을 마을로 불러들이는 이유이자 ‘숨겨진 비밀의 열쇠’ 같은 존재입니다. 허준호는 직접적인 출연은 적지만, 그 부재 자체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마을 사람들
겉보기에는 평범한 농촌 주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장의 절대 권위 아래 숨죽이며 살아가는 집단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죄를 알면서도 침묵을 유지하고, 외부인인 해국에게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집단 속에서 개별적으로는 순박하거나 무력해 보이지만, 이장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 태도를 바꾸며 집단적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그들의 모순된 태도는 영화의 섬뜩한 분위기를 강화하며, ‘집단적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각인시킵니다.
관객 반응
관객들은 음울한 시골 마을의 분위기와 숨막히는 긴장감에 강렬한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익숙한 농촌 풍경이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으며, 해국과 이장이 벌이는 심리적 대립 구도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만 일부는 원작 웹툰의 방대한 스토리를 축약하며 전개가 복잡하고 길게 느껴졌다는 아쉬움도 표했습니다.
평론가 반응
평론가들은 이끼를 “권력과 죄의식, 집단적 침묵을 탐구한 한국형 심리 스릴러”로 평가했습니다.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공동체가 은폐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은유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박해일은 집요하지만 불안한 외부인의 시선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고, 정재영은 한국 영화사에 남을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일부는 지나치게 장황한 러닝타임과 원작의 서사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총평
이끼는 폐쇄적 공동체라는 무대를 통해 권력과 집단 심리를 해부한 작품입니다. 외부에서 온 해국의 시선은 관객에게 마을의 섬뜩한 본질을 드러내며, 이장의 카리스마는 공동체가 가진 어두운 면모를 압축적으로 상징합니다. 결국 영화는 이렇게 묻습니다. “진실을 덮고 침묵하는 다수 속에서, 죄와 책임은 어디로 향하는가?”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에 잔여 불안을 남기며, 한국형 스릴러의 진가를 보여줍니다.